맨유 vs 첼시,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본 무리뉴의 복수극
맨유와 첼시의 4/16일자 경기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것은 현재 거의 의미가 없다.
최고의 이슈가 된 경기이고 전 세계 모든 축구관련 글을 쓰는 사람들이 한명도 빼놓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의견은 너무 정확하고 당연해서 그것에 대한 리뷰를 더 써 넣는것은 의미가 없다.
대부분은 에레라의 역할, 래시포드의 절정이었던 컨디션, 무리뉴의 3-5-2전술 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러한 것들을 조금 배제하고 다른 시선에서의 리뷰를 작성해 볼까 한다.
1. 선발 라인업
(출처- whoscored.com)
맨유는 파격파격도 이런파격이 없는 선발을 가져왔다. 라인업이 올라오자마자 온갖 커뮤니티에는 크게 두가지 반응이 올라왔다.
1. 무리뉴 리그 버리고 유로파 올인이네
2. 이게 뭔 포메이션이여
심지어 방송사에서도 무슨 포메이션인지 몰라서 4-4-2로 선발 영상을 내보냈다.
뚜껑을 열어보니 3-5-2 포메이션이었고 첼시의 3-4-3을 잡기위해 맞춤으로 준비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전 인터뷰에서 무리뉴는 "첼시에 별다른 감정은 없다. 그냥 하나의 경기일 뿐이다." 라고 말했지만, 이 준비성은 누가봐도 "첼시놈들 ㅂㄷㅂㄷ 복수할테다."라는게 술자리에서 누가 내 이름 부른거 들리는거처럼 선명하게 들린다.
3-5-2 vs 3-4-3 이지만, 사실상 엄밀히 따지고 들어가면, 이 포메이션은 3-4-2 vs 3-4-2 이다. 무리뉴는 에레라와 아자르를 경기장에서 지우고 경기에 임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지우려고 했던 에레라는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대륙횡단 어시스트를 넣고 뮤탈골을 넣었다.) 실제 에레라는 보통 볼터치가 많은 미드필더임에도 왼쪽 윙백으로 나온 새똥영(63)과 오른쪽 윙백으로 나온 툭툭탁박사(71)보다 적은 볼터치(60)를 기록했다.
2. 수비의 조율자
무리뉴는 인터뷰를 통해 "다르미안도 잘했다."면서 드러나지 않은 공을 치하했다.
에레라의 밀착마크가 경기내내 부각됐지만, 그 반대편에서 비슷한, 어쩌면 오히려 더 까다로운 역할을 맡았던 다르미안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 나오고 있다.
맨유의 이번 포메이션은 뭐라고 정의하기 힘들정도로 까다로운 것이어서, 다르미안은 왼쪽 중앙수비수로 출전했지만, 그보다 조금 전진해서 페드로를 무력화 했다.
쓰리백 전술은 상대적으로 측면 뒷공간에 약점이 있다. 윙백이 전진했을 경우에는 측면을 미드필더와 그쪽 중앙수비수가 적절히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능적인 움직임을 가진 페드로를 막으면서, 아자르를 막느라 상대적으로 오른쪽으로 치우친 맨유의 수비진형의 균형을 가져가는 위치를 갖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에슐리 영이 유독 공격적인 롤을 수행했기에 더더욱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출처- statzone)
다르미안은 31개의 패스중 28개를 성공시켜 90.3%의 성공률을 보였다. 43번이라는 많지 않은 터치중에서도 팀내 가장 높은 패스성공률을 보여서 후방의 안정감의 중심이 되었다. 그 외에도 5번중 5번의 태클 성공 1번중 1번의 공중볼 승리 각각 2번중 2번의 인터셉트와 클리어링 성공으로 수비적으로는 완벽하다 할 정도의 모습을 보였다.
맨유의 선수들이 모두 수비적으로 큰 활약을 보였지만, 약 10년만에 첼시가 유효슈팅을 못하게 막은데에 숨은 1등공신을 뽑자면 다르미안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3. 숨은 포그바와 드러난 펠라이니
경기 중 스포티비의 김태륭 해설은 "포그바는 눈에 안 띌때 가장 잘한다."는 말을 했다. 나도 이 말에 백번 동의했다. 보통의 포그바는 한경기의 열번 정도로 상대선수와 부비적거리다가 패스를 하는 것을 즐기는 부비부비 매니아다. 이번 경기에서는 포그바가 부비부비를 하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팀에 공헌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팀내에 가장 많은 터치(77회)와 패스(61회)를 하여 중원에서 경기를 컨트롤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다.
이와는 반대로 최근들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한 펠라이니는 이번경기에서 존재감을 폭발시켰다. 4회의 태클과 인터셉트 성공, 3회의 공중볼 승리로 첼시 입장에서는 중원에서의 길가의 과속방지턱같은 가장 거슬리는 요소였을 것이다. 특히 펠라이니는 가슴에 뽕넣고 경기뛰는지 의심해봐야할 정도로 물리법칙을 거슬리는 가슴트래핑으로 중원의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4. 이제 4천왕중 첫번째...
맨유는 앞으로 험한 일정이 기다리고있다. 헬일정 중에 4개의 Big6팀 중 이제 한팀을 넘었을 뿐이다. 나머지는 맨시티 아스날 토트넘인데, 그나마도 모두 원정 경기이다. 맨유가 이런 난관을 모두 뚫고 4위안에 든다면, 무리뉴의 클래스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